공포
고등학교 야자 중 겪은 시발 악몽
밤 9시 50분에 눈을 떴다. 근데 내가 자고 있던 건 야자실이고 아직도 야자는 한참 남아있었다. 폰 당번이 휴대폰 가져온다고 문을 쾅 열어서 깬 거였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당번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더라.
그 전의 꿈이... 지금 생각해봐도 소름이 돈다.
야자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겨울밤이었고 날씨까지 흐려서 어두컴컴했다. 평소 같으면 골목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그날따라 무서워서 큰길을 택했다. 10분 정도는 더 걸리지만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데 길가가 존나 이상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사방에 널려있었는데, 지금이 11월이라고? 게다가 트리는 반짝이는데 전깃줄이 없다. 차도 없고 자전거도 없다. 아무것도 움직이는 게 없다. 그런데 사람들만 마치 목적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눈에 초점이 없이.
순간 깨달았다. 이건 꿈이다.
예전에 읽었던 루시드 드림 썰이 떠올랐다. 꿈 속에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인식하면 꿈을 조종할 수 있다는 거. 나는 그걸 시도해봤다.
'내 몸이 가벼워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떠올랐다. 다시 '무거워진다'고 생각하면 떨어졌다. 신기해서 계속 반복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게 보였다. 원래 있던 상가가 사라지고 공원이 나타났다. 분수가 있는 공원. 그 너머로 하나의 건물이 보였다. 호기심에 날아서 그곳으로 갔다.
병원이었다. 불이 꺼져있고 덩쿨이 붙어있는 음침한 병원. 내가 다가가자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 안에서 내 가족들이 하나둘 나왔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동생. 죄다 초점 없는 눈으로 비척대며 걸어갔다.
순간 모든 게 조용해졌다. 바람소리도 걸음소리도 없었다. 주변을 둘러봤는데... 수백 수천 수만 명이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초점 없는 눈이 아니라 정확하게, 날카롭게 나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존나 무서워서 하늘로 날아가려 했는데 루시드 드림이 안 됐다. 몸이 가벼워지지 않았다. 이미 이 꿈은 내 조종을 벗어났다.
루시드 드림에 대한 썰이 또 떠올랐다. '꿈에서 꿈이라고 외치면 깬다'던데? 눈을 꼭 감고 외쳤다. "이건 꿈이다!"
눈을 떴을 때 주변의 모든 게 변했다. 사람들의 몸이 이상하게 꺾여있었다. 마네킹처럼. 피부도 이상해지고 머리도 가발처럼 변했다. 근데 더 끔찍한 건 그 와중에도 한 명도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는 것.
숲으로 도망쳤다. 아무리 달려도 거북이 같은 속도밖에 안 나왔다. 뒤에서는 계속 따라오는 게 느껴졌다.
그 순간 교회가 나타났다. 원래 있었던 것처럼. 거기 들어가서 필사적으로 기도했다. "제발 살려줘. 주일날 교회도 갈게. 뭐든 할게."
밖에서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가까워지고 있었다. 더 크게 빌었다.
그 순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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