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할머니의 정체, 알고보니 내 수호신?
성인이 된 이후로 여러 신당을 가본 일들이 있어. 신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곳에 발을 들이면,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뭔가를 감지하더라고. 몸이 부르르 떨면서. 그럼 신지는 말이, 넌 꿈도 해석하고 점도 보고 다 하면서 왜 여길 와 대고, 할머니가 진짜 싫어하신다고, 이런 당집 다니지 말라고 화낸다는 거야.
처음엔 그게 뭐 하는 소리인가 싶었어. 근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할머니가 정말 강하고 무섭고, 지금도 내 곁에 함께하면서 나를 지켜주신다고 하더라고. 살아생전에 정말 큰 만신이었던 분이라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지난 수십 년간 나는 정말 여러 번 죽을 뻔했는데 가까스로 넘긴 순간들이 자꾸만 떠올랐어. 혹시 우연이 아니라 할머니가 손을 써주신 거 아니었을까?
할머니는 무업의 길에서 40년을 사셨어. 동네에서 워낙 유명해서, 아이들이 할머니 집을 찾을 때 그냥 "비녀 꽂은 할머니 집"이라고만 해도 다들 알아갔을 정도였대. 지금은 20년이 훨씬 더 지나서 돌아가셨지만, 5년 정도 전부터 내 보호자가 되셨다고 했어.
친구를 한 번 할머니 집에 데려간 적이 있는데,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인사만 하고는 친구의 가족사와 진짜 속마음을 다 읊어버리시는 거야. 친구는 겁이 나서 얼어만 있었지. 나중에 친구가 한 말로는, 엄마도 모르는 걸 어떻게 아셨냐고 무서워했어. 할머니는 친절하게 "짜장면이랑 짬뽕 시켜줄 테니까 먹고 가, 무서워하지 말아. 이모가 뭘 하는 것도 아니고"라고 했어.
그리고는 친구한테 "넌 이미 태어날 때부터 스스로 잘 살 복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고, 근데 니 성격이 남자 같으니까 좀 부드러워져라"라고 했어.
그 일 이후로 친구도 여러 당집들을 돌아다녔대. 근데 할머니 같은 분은 정말 없었다고. 생년월시만 묻고, 뜬소리만 난다면서. 그래서 결국 철학관만 다니게 됐어.
철학관에서는 나한테 그런 당집은 가지 말라고 했어. 40을 넘으면 신내림을 강요한다고, 그게 싫으면 절대 가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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