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무당 가문의 수상한 경험담 첫 번째
무당집 출신 갤럼이다. 어려서부터 직접 본 것들, 겪은 것들이 있어서 글을 써본다. 다들 궁금해하던 것들 설명해 줄게.
본격적인 귀신 목격담들도 여럿 있지만, 지금 내가 5살 때 겪었던 일부터 시작하겠다.
배경은 충북 괴산 시골마을이었어.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에서 40분 정도 가고, 거기서 또 산을 올라가야 도착하는 완전 외딴곳이었다.
그 마을 전체 주택은 단독주택 하나뿐이었고, 나머지는 비닐하우스랑 컨테이너밖에 없었어. 우리 집은 가장 안쪽 깊숙한 곳에 있었고, 뒤쪽으로 밭과 산, 옆으로는 논이 있었다.
시골이라서 가끔 뱀이 나왔고, 한 번은 맷돼지도 봤었어. 이번 이야기는 그 뱀과 관련된 거야.
내가 다섯 살부터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져서 거기서 자라고 살았어. 우리 집 옆의 마당 있는 단독주택 옆에는 조선시대 양반집 같은 오래된 집이 하나 있었어. 나중에 알게 됐는데 할머니와 고모가 거기서 굿을 하는 무당집이었다.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그 무당집 안방에서 우리가 놀고 있었어. 사촌누나 A, 형 B, 동네 애 C, 그리고 나 총 4명이었다.
시골 안방이라는 게, 다른 방보다 훨씬 따뜻하거든. 앉아 있으면 내 밑바닥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감각이 자꾸 들어. 그게 바로 뱀이었어.
내 엉덩이 바로 아래, 겨우 3~4센티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뱀이 꿈틀거리면서 지나가는 거였는데, 어렸던 탓도 있고 뱀을 처음 본 게 아니라서 우린 아무도 신경을 안 썼어.
"오, 뱀이다. 또 나왔네." "엄마, 여기 뱀 있어~" "야, 발로 밟아죽여!" 이러면서 그냥 놀고 있었지.
A누나가 우리 중에 나이가 가장 많았는데, 뭔가 자존심이 상했던 건지 우리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C랑 내가 엄마 오라고 할 때 우리 입을 틀어막고 뱀이 움직이는 경로를 지켜봤어.
뱀이 움직이는 그 위치에 발을 내려놓더니 쿵 하고 밟았어.
우린 당연히 "아, 죽었겠지" 했는데 A누나가 갑자기 발을 들면서 "아!" 하고 넘어져버렸어. 발을 움켜쥐고서 눈물을 흘렸는데, 그 발에서 시뻘건 액체가 물처럼 줄줄 흘러나왔어. 피였어.
우린 소리를 질렀고 B형이 어른들을 불렀어. 마당에서 전을 부치고 있던 어른들이 우리 비명을 듣고 달려왔어.
A누나를 보니 한쪽 발에서 혈액이 흐르고 있었어.
어른들이 뭐 일이냐고 물었지만 A누나는 너무 아파서 말을 못 했어. 그러니까 고모가 나랑 B형한테 물었어.
"누구야?" 나랑 B형이 그 말뜻을 몰라서 "네..?" 했어.
고모가 A누나가 밟았던 그 자리를 자세히 보더니 말했어.
"가만히 놔두지. 왜 건드려서 스스로 화를 자초했어?" 하면서 혀를 찼어.
A누나의 부모님인 큰아빠와 큰엄마가 고모를 보며 분노했어. "누나, 무슨 말씀이세요?"
고모 말이, "뱀은 예로부터 영물로 취급되는 동물이야. 너희 한테 해도 안 되는데 왜 죽였어? A야, 이제 고생 좀 할 거다."
그때 난 그게 뭘 의미하는 말인지 전혀 몰랐어. 나중에 알았지만 엄청 불길한 말이었어.
A누나는 병원에 바로 갔어. 다행히 잘 치료를 받고 돌아왔는데, 의사가 말한 게 이상했대.
A누나가 받은 상처의 원인이 딱딱한 돌에 찔려서라는 거였어. 발바닥에 단단한 돌 같은 게 박혀 있었다는 거야.
A누나가 "근데 나는 뱀을 밟은 건데 돌이 뭐야?"라고 물었대. 의사선생님이 말한 게 "평범한 뱀을 밟아서는 발바닥이 다칠 수 없습니다. 그 위에 미리 돌덩이가 깔려 있었던 게 아닌 이상요."
이게 말이 안 되잖아. 우린 그런 돌을 못 봤거든. 우리가 본 뱀은 그냥 평범한 뱀이었어. 뭐가 튀어나온 게 없었어.
더 미친 건, 그 돌이 길쭉했고 양쪽 옆이 좁은 모양이었대. 그리고 "세워진 상태"로 A누나 발에 박혀 있었다는 거야. 그럼 뱀의 몸 안에서도 세워져 있었다는 건데, 우린 못 봤어.
A누나, B형, C, 그리고 나 모두 넋을 놨어. 뭔가 이상한 게 있다는 걸 느꼈어.
며칠이 지나자 A누나가 이상한 행동을 했어. 밤이 되면 그 무당집 대문을 쾅쾅 내리쳤대.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면서.
어른들이 하도 시끄러워서 문을 열어주면, A누나가 안방으로 달려가서 뱀을 밟던 그 자리에서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벽에 머리를 처박았대. 어른들이 점점 무서워하기 시작했어.
할머니가 굿을 하기로 결정했어. 나도 거기 있었고, A누나도, B형이랑 C도 불려갔어.
할머니가 무당복을 입고 복숭아 나뭇가지로 만든 막대와 방울 더미를 들고 나왔어.
굿을 하는 중에 A누나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할머니가 멈춰 서서 A누나를 보자 A누나가 갑자기 고개를 확 들고 할머니를 기괴하게 노려보면서 말했어.
"미친년들이 내 노력을 다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누가 감히 날 보낼려고 해. 나는 이 정도 얻으려고 얼마나 힘들게 노력했는데 한순간에 다 사라진다고?"
할머니 옆에 있던 무당 아저씨가 말했어. "잡것 주제에 어딜 감히 맞먹으려고 해. 미련한 뱀새끼가, 오래 버티다가 안 되니까 사람 몸에 들어갈 생각한 주제에 뭘 잘했다고 자랑을 해."
A누나와 그 무당 아저씨가 한참 동안 계속 싸웠어. 결국 A누나가 마지막으로 말했어.
"개새끼들. 이년이랑 너희가 죽을 때까지 끝까지 발악해서 괴롭혀주마. 너희가 가장 행복할 때가 위험해. 그때 가장 끔찍하게 만들어주마."
A누나가 마침내 정신을 차린 건지 B형 옆으로 쓰러졌어. 할머니와 무당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뭔가를 중얼대면서 굿이 끝났어.
며칠 후 A누나랑 큰아빠, 큰엄마는 서울로 떠났어. 그 이후로는 큰아빠와만 전화로 소식을 나눴어. A누나의 소식은 못 들었어.
벌써 15년을 넘게 못 들었어. 지금쯤 잘 살고 있으면 좋겠지만, 솔직히 모르겠어. 소설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이야. 믿을 사람은 믿고 의심할 사람은 의심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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